IDE에서 라이트모드를 사용하는 개발자가 있다?
2023 / 07 / 23
라이트모드를 쓴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흰 바탕의 IDE를 본 동료 개발자들은 도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냐고, 어떻게 다크모드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 이단자가 될 수 있냐고 놀라고 안타까워 했지만 확실히 라이트모드를 쓰고나서부터 눈이 훨씬 덜 피로합니다. 눈부셔서 피곤하지 않냐고요? 그러게요 분명 예전엔 눈이 부셨던 것 같은데... (fyi. IDE는 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의 약자로 한글로는 '통합 개발 환경'이라고 불린다. 코드 에디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IDE 안에 코드 에디터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작년 말 부터 코딩할 때 눈이 금방 피로해졌습니다. 이제 드디어 노안이 오는가보다 슬퍼하면서 안과에 가려고 하다가 아래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다크모드가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근거는 눈에 빛이 들어오는 양이 줄어들면 동공이 확장하고 동공이 확장하면 눈이 초점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정체가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근시와 난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왜 동공이 확장하면 초점을 잡기 어려울까요? 빛이 들어오는 구멍이 커질수록 초점이 명확하게 보이는 거리의 구간이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카메라에서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배경이 희미해지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좌측 사진은 배경이 희미하고 우측 사진은 배경이 또렷합니다. 조리개가 열릴수록 초점이 맞는 구간의 길이(피사계 심도)가 짧아지고, 조리개가 닫힐수록 초점이 맞는 구간의 길이가 늘어납니다. 조리개가 열릴수록 많은 빛을 얻을 수 있는 대신 초점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고, 조리개가 닫힐수록 받는 빛이 적지만 초점을 맞추기가 쉽습니다.
위 그림을 보면 조리개 직경이 작아질 수록 상이 또렷하게 맺히는 구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엔 눈을 볼까요?
광원이 좌측이 아니라 우측에 있다는 것 말고는 이전 그림과 유사합니다. 눈도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홍채(조리개)가 수축할수록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고 홍채가 이완할수록 피사계 심도가 얕아집니다.
동공의 크기는 빛의 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변 환경이 밝을수록 동공이 커지고 어두울수록 동공이 작아집니다. 즉, 모니터 화면이 밝으면 동공이 작아지므로 피사계 심도가 깊어져서 눈이 쉽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fyi.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정신을 잃은 사람의 눈꺼풀을 올리고 후레쉬를 비추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홍채가 빛에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인데, 홍채의 수축과 이완은 자율신경계를 담당하는 중간뇌에서 관리하므로 밝은 빛에도 동공이 좁아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는 의미입니다.)
동공의 크기는 외부 환경에 반응하기 때문에 눈은 동공의 크기에 따라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서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수정체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 초점을 잡기가 어려워지고 이것이 곧 노안입니다 😢.
우리 눈은 각막, 홍채, 수정체, 망막으로 이뤄졌다. 각막으로 빛이 들어오면 홍채에서 그 양을 조절하고, 볼록렌즈 모양의 수정체가 빛을 굴절시켜 안구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망막으로 전달한다. 그중 수정체는 먼 거리를 볼 때 얇아지고, 가까운 거리를 볼 땐 두꺼워지면서 빛의 굴절 정도를 조절한다. 이로써 물체와의 거리가 변해도 망막에는 정확한 상이 맺힌다.
그러나 노화가 진행되면 수정체를 볼록렌즈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섬모체소대의 수축력이 감퇴하고 수정체 자체의 탄력성도 줄어든다. 그에 따라 조절력이 저하되어 가까운 거리를 보더라도 수정체가 두꺼워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근거리 시력이 떨어지는 노안이 발생하게 된다.
다크모드가 노안을 불러올까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노안이 왔다면 다크모드보다 라이트모드를 사용해야 눈이 덜 피로할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면 다크모드가 근시/난시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얼른 IDE를 라이트모드로 변경하세요!
라이트모드를 쓴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확실히 라이트모드를 쓰고나서부터 눈이 덜 피로합니다. 다크모드를 쓸 때는 2~3시간만 지나도 눈이 초점을 잡느라 애쓰고 있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모니터의 글씨가 뿌옇게 보이다가 다시 초점이 잡히곤 했었는데, 라이트모드를 쓰는 지금은 일하는 내내 눈이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글씨도 또렷하게 잘 보입니다.
회사에서 라이트모드의 복음을 전파했을 때 처음엔 사파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나 둘 복음을 받아들이고 라이트모드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다크모드를 써도 눈이 피로한지 모르겠다구요? 젊으셔서 부럽습니다.
처음엔 모니터가 밝아서 눈이 부신 것 같고 코드의 색깔도 어색해 보일 수 있습니다. 눈부심은 동공이 수축하면서 사라지고 어색한 코드 색깔도 금방 적응합니다. 저는 IntelliJ의 Material Theme UI 플러그인의 'Atom One Light (Material)' 테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눈 건강을 위해서 블로그도 라이트테마로 변경했어요 🤗.
언젠가 라이트모드를 쓰더라도 눈이 금방 피로지는 때가 오겠죠...? 더 크고 밝은 모니터를 사용하든지, 그때까지 은퇴할 수 있게 돈을 많이 벌든지 해야겠습니다.
- https://www.youtube.com/embed/m_67BIzkN-w
- https://www.sony.co.kr/electronics/what-is-aperture-depth-of-field
- https://www.abc.net.au/science/articles/2010/07/29/2966484.htm
- https://www.brainkart.com/article/Pupillary-Diameter---Optics-of-the-Eye_19669/
- http://www.snuh.org/board/B003/view.do?viewType=true&bbs_no=6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