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은 비용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일정 금액의 돈으로 삶의 수준을 끌어올리고자하는 소비사회 행태를 계속 유지하거나 확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에게 자녀 교육비를 주고, 학생들에게 책값을 주고, 농부들에게 환경에 해를 끼친 비용을 보상해준다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적 논리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철학자 앙드레 고르도 이런 생각 끝에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무상서비스를 선택하게 됐다(그는 한때 기본소득을 “유급노동과 비영리 활동을 모두 최대한 폭넓게 재분배하기 위한 최고의 지렛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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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일, 선언문 형식의 책 『무상서비스 vs. 자본주의(Gratuité versus capitalisme)』를 중심으로 시작된 ‘무료 문명을 향해’라는 호소는 많은 좌파와 생태학자들 및 정치 단체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단, ‘무료문명을 향해’는, 무료 돌봄 서비스 영역에 속하는 분야(예를 들어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요금경감제도처럼 전기의 사용량 통제가 전혀 없는 영역)에는 반대한다.

또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모든 요소와 확실하게 결별할 것을 제안한다. 무상서비스는 그야말로 ‘더 즐기기’ 위한 찬가다. 우리는 소비사회에 대해 수천 가지의 비난을 할 수 있다. 기본소득제는 더 많은 것을 소비하게끔 우리를 유혹한다. 이 ‘소유의 즐거움’을 끊는다는 것은 다른 것, 즉 존재의 즐거움으로 맞선다는 뜻이다.

프랑스 좌파 담론은 기본소득에서 무상 서비스로 의견이 기운 듯 하다. 자본주의제국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