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켑틱 Vol.23 스크랩
2020 / 11 / 16
이전부터 트위터 계정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이야기'로 알게 된 심리학자 박진영. MBTI가 비과학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심리학계에서 유일하게 통용되는 인간 성격에 대한 이론을 알려주는데.. 처음 알았다. 이 이론으로 MBTI처럼 비즈니스를 하면 대박을 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성격 5요인 이론five-factor personality theory은 어휘 접근법lexical approach을 통해 탄생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문화권에 걸쳐 인간의 성격 특성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전부 모아 이들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성격 구조를 파악하는데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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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나이, 성별, 인종, 문화와 상관없이 인간의 성격은 크게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성격 5요인 이론이 기존 성격 이론들의 내용을 거의 다 포함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담은 포괄적인 이론이라는 발견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이후 발달심리학, 행동유전학, 뇌와 호르몬 등을 이용한 여러 분야의 연구들을 통해 이 다섯 가지 성격 특성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생물학적 차이를 동반하며 발달 과정에서 꽤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발견들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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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5요인 이론은 이후 심리학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용되는 성격 이론이 되었으며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개인의 행복, 신체적∙정신적 건강, 종교성, 정체성뿐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 사이에서의 각종 관계, 직업 선택, 직무 만족도, 직무 수행, 사회 참여, 범죄 행동, 정치적 입장 같은 다양한 특성들을 예측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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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특성들은 각각 독립적이기 때문에 외향적이어서 기본적으로 들떠 있고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좋아하지만 신경증도 높아서 작은 일에도 쉽게 걱정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믿고 읽는 김상욱 교수님의 글. 물리학은 물론 학문 전반에 지식이 풍부하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기본 입자에서부터 인간 사회까지 레이어를 쌓아 올리면서 레이어가 한 겹씩 생길 때마다 발생하는 창발적인 특성들 때문에 세상을 환원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인간을 세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취급하는 점이 좋다. 우리가 아무 이유 없이 발생했다는 말도 좋다.
최초의 생명체로부터 인간까지 이어지는 진화의 역사는 그 자체로 장대한 드라마이자 과학적 경이다(사실 이런 표현에도 인간 중심의 사고가 들어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의 종착지도 아니고 목적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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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 위해 인과적 설명을 끌어들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무언가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났다는 것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없지 않은가.
한 인터뷰에서 죽음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생각도 말씀하셨는데 표현도 고급스럽고 반박할 것이 없다.
...우주를 관찰해 보면 살아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놀랍게도 이 지구에만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많이 보여서 생명이 굉장히 우주의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우주 어디에도 지구를 제외한 생명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실은 우리가 죽어있다고 하는 그 상태가 더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느껴지는 것이 과학자들의 생각이에요.
죽음은 어떤 의미로는 살아있다는 정말 이상한 상태인데 일단 그 이상한 상태로부터 우주에 가장 보편적인 상태인 죽어있는 상태로 가는 더 자연스러운 상태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내용 이후엔 '죽음 이후에 오는 것'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시는데 영적으로 울림이 있는 답변이다. 꼭 보길.
과학의 핵심은 반증가능성이다. 반증 불가능한 무언가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주장은 비과학적이다.
나는 과학과 종교가 충돌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문제에 대해 결정적으로 입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윤리와 의미만을 다루지 않는다. 그들은 경험적 우주에 대해 주장을 제기한다. 이들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내용뿐만 아니라 논리에 있어서도 비과학적이다.
글쓴이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종교는 세계를 이해하는 틀(세계관)을 제시한다. 이 틀이 기반에 두고 있는 것은 반증이 불가능하다. 나는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곧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간주한다. 문자주의적 기독교는 공포로서('천국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기 때문에 문자주의적 기독교가 제시하는 방식으로 세계관을 형성하게 되면 진정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다.
과학도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 세계관이 기반에 두고 있는 것은 반증이 가능하다. 따라서 과학이 제시하는 세계관은 절대적 진실이 아니라 잠정적 진실이다. 과학은 인간의 기원은 물론 생명체의 기원, 지구의 기원을 넘어서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말한다. 이 세계관에는 공포가 없다. 이유도 없다. 목적도 없다. 영혼도 없고 사후세계도 없다. 그저 있을 뿐이다.
종교와 과학 모두 세계관을 제시하므로 이들의 충돌은 필연이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 반증 불가능한 세계관을 선택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과학이 제시하는 세계관을 선택하는 것은 현대인의 의무다.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가치 있는 글.
⟪나쁜 논증: 서양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오류 100가지 Bad Arguments: 100 of the Most Important Fallacies in Western Philosophy⟫에서는 확률과 증거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언가를 굳게 믿는 사람은 어떠한 증거가 믿을 만한지 아닌지는 확률의 문제이므로 증거가 많을수록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착각한다. "주사위를 계속 던진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숫자가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증거의 작동 방식이 아니다. 당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허접한 증거 1000개를 쌓아놓고는 당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어떠한 증거가 옳은지는 확률의 문제가 아니다. 맞거나 틀릴 뿐이다(142쪽)
어떠한 증거가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는 운의 문제가 아니므로 허접한 증거를 아무리 많이 모아 놓더라도 좋은 증거가 될 수 없다.
나는 '수많은 가짜 증거 오류'라는 이름을 짓는 데 피터 크리프트에게도 영감을 받았다. 가톨릭 잡지 ⟪미국 가톨릭U.S Catholic⟫에 실린 유령에 관한 가톨릭의 믿음을 다룬 예술가 팀 타운센드에 대한 기사에서 크리프트는 거짓으로 밝혀진 유령 이야기가 수없이 많다는 점이 유령이 실재한다고 믿을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논증을 증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 "위조지폐가 수없이 많다는 사실은 진짜 지폐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을 강한 근거다." 그에게 유령에 관한 수많은 가짜 이야기(허위·날조·오류·사기)는 유령의 실재를 입증하는 증거다. 왜냐하면 그 모든 이야기가 거짓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수많은 증거가 '모두' 거짓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주류 사회에서 지구평평론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경고를 하는 글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는 것도 기이한 일인 것은 매한가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깊다. 생각해보니 그렇네. 보통 지구가 둥글다고 배웠기 때문에 둥글다고 생각할 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지는 않는다. 막상 지구평평론자를 만난다면 나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설득하지 못할 것 같다.
평평한 지구가 광활한 우주 안에서 회전하고 있는 구체의 지구보다 더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선험적인 이유는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둘 모두 기이한 생각이다. 단이 (이상하게도) 둥근 지구는 압도적인 증거로 뒷받침되는 반면, 평평한 지구는 모든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을 뿐이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은 어리석어서 틀린 것이 아니다. 틀렸기 때문에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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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다. 그들이 무언가를 믿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사과학이나 심지어 미신까지도 무시하고 경멸하지 말자." 둥근 지구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을 멸시한다면 이제 막 우주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십대, 그리고 수많은 사람에게 경멸을 퍼붓는 일이다.
조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통의 부족으로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을 세울 뿐이며 더 많은 해로움을 초래할 수 있다. 대체의학을 비웃기만 한다면 이는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를 수치스럽게 여기기만 한다면 이는 아이들을 위험에 방치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이 조롱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감정적 유혹에 빠진다면 사람들을 음모론자의 품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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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우리는 서로 간의 갈등이 거의 인식되지 않지만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역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은 대중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사실 때문에 그들에게 창피를 줄 것인가?
지구평평론자의 기저에는 성서무오설이 있다. 언제 개신교 근본주의가 사라질 수 있을까?
성서 문자주의에는 명백한 약점이 있다. 그 약점은 오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논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즉시 완벽한 패자가 된다. 이는 그들이 성서 전체의 사실과 증거에 대하여 '참 아니면 거짓'의 모더니즘적 이분법을 적용했을 때 사실이 되었다. 성서의 기록이 단지 도덕적 또는 영적 의미에서 진실인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객관적으로 오류가 없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성서가 정확한 사실만을 진술하기 때문에 신의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다는 주장은 모 아니면 도의 도박이다. 이는 사실에 관한 부정확한 기록 하나가 성서 전체의 신뢰를 손상시킨다는 점을 함축한다.
따라서 지구평면설 신봉자 중 문자주의 집단은 둥근 지구를 성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근대 천문학의 신조나 도그마를 하나라도 믿으면서 성서가 신의 계시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서 만난 존 햄든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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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는 공 같은 소리를 하면 성서 전체가 거대한 농담이 된다."
그들은 자신들을 존재론적 진퇴양난으로 몰아넣었다. 지구가 글자 그대로 평평하지 않다면 우주 전체가 그 어떤 의미에서 선, 구원의 가능성이 없는 허무주의적 악몽이 된다. 공동체 외부에서는 이렇게 절박한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세속적인 사람은 창조주가 우주의 모든 의미에 대한 독점적 원천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상상할 수 없다. 반면에 근본주의자는 다른 어떤 것도 상상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신이 선과 존재의 기반이다. 신이 없는 도덕은 엉터리다. 살인과 친절함의 도덕적 의미가 임의적이 된다. 신이 없는 우주에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모든 생각, 말, 행위도 마찬가지로 무의미하다. 둥근 지구는 그들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과 그들의 모든 행위의 소멸을 의미한다.